김장김치를 다 먹지 못하면 남아돌기 마련이다.
이 김장김치가 남으면 여러가지로 요리 활용도가 높은데,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대로 버리는 것도 봤다.
버려진 김치를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나는 이런 묵은지를 좋아해서 그런지 여러가지로 응용을 많이 하는 편이다.
첫번째로 김치의 고춧가루를 씻어서 하루정도 물에 담가 둔다. 물론 여러번 물을 갈아주어야 한다.
그러면 김치에 베인 군내가 사라지고 배추만 남게 되는데, 그것을 잘 씻어 쌈을 싸서 먹어도 맛있다.
채를 썰듯이 썰어서 볶아 먹어도 맛있다.
잘게 썰어서 전을 부쳐도 또 다른 맛이 난다.
감자탕이나 생선찌개에 넣고 해도 아주 맛있다.
이렇듯 용도가 많은데, 묵은지라고 해서 오로지 배추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도 역시 용도가 많다.
그러나 난 무는 위 사진처럼 볶아 먹는 것을 좋아한다.
작년에 무를 심어서 김장할 때 조금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썰어서 말렸다.
밭에 물을 자주 주지 못하니 무가 참으로 단단하게 컸다.
무 말랭이를 다 좋아한다고 해서 담았는데, 처음 조금 담은 것은 내가 거의 다 먹고, 두번째 조금 넉넉하게 담았으나 다들 가져가지 못했고, 나도 많이 먹지 않고 두었더니 조금씩 쉬어가기 시작했다.
내내 처박아두다가 엊그제 무말랭이를 씻었다.
고추가루를 다 씻어내고, 같이 넣었던 쪽파를 다 골라내고 무만 남겼다.
다시 조금 더 담가 속에 든 물을 더 빼내고, 소분해서 냉동고에 두봉지를 넣었다.
예전 같았으면 많은 양을 한꺼번에 다 요리를 했을터인데, 이젠 그만큼 만힝 먹지도 못하거니와 요리를 잔득하고 두고 먹으니 맛이 있지 않았다.
한봉지만 꺼내서 볶아먹기로 했다.
냉동고에 있던 햄도 꺼내 채를 썰었다.
팬을 뜨겁게 해서 식용유를 넣고 햄을 먼저 볶았다.
거기에 진간장과 설탕과 후추와 파와 마늘을 넣고 볶다가 건져놓은 무묵은지를 넣었다.
같이 볶다가 간을 보고, 조금 싱거운듯 하면 간장이나 소금을 조금 더 넣고 깨와 참기름을 두르고 볶는것을 마무리 한다.
불고기양념은 어떤 반찬이라도 볶음에 이용하면 그런대로 간이 맞아진다.
생각보다 맛있다. 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이렇게 볶아 먹는 심심한 음식이 나는 좋다.
엄마는 무가 질겨서 어떻게 먹느냐고 하는데, 말린 무의 오독오독한 식감이 참 좋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버려야 할 음식이 많이 줄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