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쓸쓸하냐...p.65~71

"열려 있음은 어떤 상태를 말합니까?"

" '내 뜻'과 그것을 실현할 '나'라고 할 만한 게 도무지 없는 상태다. 일어나는 모든 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게쎄마니 동산의 밤을 지내고서 내가 무엇을 했더냐?"

"몸소 하신 일은 없으셨지요."

"그렇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ㅇ낳았다. 다만, 일어나는 모든 사태를 받아들였을 뿐이다. '받아들였다'는 말도 새겨들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를 한 게 아니다. 차라리, 가만히 있었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겠다. 가만히 있는 것은 자기를 포함하여 모든 것을 그대로 있게 하는(let it be) 것이다."

"그것이 열린 사람의 모습인가요?"

"그렇다. 열린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하는 사람이다. 노자의 위무위무불위(爲無爲無不爲)가 그 모습을 가리켜 한 말이다."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거절하면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이 있다. 우주좌 동떨어진 사람은 없지만 자신을 주우와 동떨어진 존재인 양 만드는 사람은 많이 있듯이."

"그건 착각이지요."

"옳다. 많은 사람이 착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문(門)에 '거절'이라는 패를 걸어놓고서 그 문으로, 죽음을 포함하여,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거기서 온갖 고통이 온다. 고통은 고통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을 거절하는 마음에 있다. 열려 있는 사람은 고통이 닥칠 때 고통과 하나로 된다. 물에 들어가면 물이 되고 불에 들어가면 불이 된다. 그래서 물에 빠지지 않고 불에 타지 않는다."

"제가 어떻게 하면 열린 존재로 될 수 있을가요?"

"너는 본디 열려 있는 존재다. 네가 닫힌 존재로 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거라. 너는 한없이 커서 그래서 어디에도 없는, 그런 존재다. 그러니 우선, 열린 존재가 되고 싶다는 그 마음부터 내려놓아라."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합니까?"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아무것도 하지 말지도 말아라. 우주가 너를 관통하여 흐르도록 내버려두어라. 내버려두는 일도 하지 말아라."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중 일부 발췌...

나이가 들면서 입을 다물고 살아가는 시간이 많아졌다.

말을 잘 한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언젠가부터 말을 하고 나면 맘속이 더 공허해지는 때가 많아졌었다.

그래서 입을 다물고, 가능한한 다른사람의 얘기를 많이 듣고자 했다. 입을 다무니 그저 듣는 것만 할 수 있게 되었다.

오로지 내 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연현상이 일어나는 것만 지켜보는 것...

때로는 이런것들이 더 맘이 편안하고 세상 돌아가는 것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어떤 규칙에 의해 반드시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규칙이 없이,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이것 또한 열린 마음일지 모르겠지만...어쨌든..어릴적보다는 조바심이 많이 줄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생각의 깊이도 더 깊어지고, 느긋해진다는 것이다.